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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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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갖추기 시작한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전망 밝아” |
틀 갖추기 시작한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 “전망 밝아”
무협 ‘러시아 등 신북방지역 비즈니스 및 마케팅 성공전략 세미나’2020.11.27 15:05 입력
한국 2000년대 수준의 발전 초기단계… 정부, 관련 법·제도 마련 중
진출 전 시장 상황 분석 필수… 가성비 소비재로 젊은 층 공략 유리
▲11월 23일 한국무역협회 ‘러시아 등 신북방지역 비즈니스 및 마케팅 성공전략 세미나’에서 민지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웨비나 캡처]
“최근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의 2000년대를 보는 것 같아요. 제도적인 부분에서라든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배달서비스 측면에서도 모두 우리나라의 2000년대와 비슷합니다. 당시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했을 때 불량품이 배달된 경우 판매자에 따라 운이 좋으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비일비재했잖아요. 현재 러시아가 딱 그러한 상태입니다.”
11월 23일 한국무역협회의 ‘러시아 등 신북방지역 비즈니스 및 마케팅 성공전략 세미나’에서 민지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전문연구원은 러시아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이처럼 묘사했다. 2019년 기준 러시아 내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4.5%로, 중국 35.3%, 영국 22.3%, 한국 22.2%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며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러시아는 0.8%만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54.7%로 매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을 미국, 영국이 이었다.
이처럼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발전 초기단계지만 비교적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2015~2019년 연평균 성장률은 26.5%에 달했는데, 이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의 평균 성장률인 21.6%를 웃도는 수치다. 미국이나 영국의 성장률보다도 높다. 전자상거래 이용자들의 구매력도 큰 편이다. 물론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개도국을 기준으로 봤을 때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구매력을 자랑한다.
민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전망이 아주 밝다. 특히 올해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성장률 또한 기존 예상했던 수치보다 훨씬 높은 44%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민 연구원은 “올해 이뤄낸 발전을 토대로 중장기적으로도 계속해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기에 제도와 정책이 제대로 정비될 경우 B2C뿐 아니라 B2B, B2G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특징은 = 러시아에서 전자상거래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ICT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의 경우 전자상거래 침투율이 18%를 웃돈다. 이는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이 수도권에 사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민 연구원은 “다시 말해 지방이나 기성세대에까지는 아직 전자상거래가 확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비재를 판매하고자 한다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SNS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러시아 경기 둔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경기 회복세가 잦아든 2018년 급등했으며, 올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러시아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자상거래 상점을 선택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때 어떤 요인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냐’는 질문에 많은 응답자가 ‘가격 등 경제적 요인’이라고 답했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 있어서도 ‘비슷한 제품의 가격이 더 저렴할 경우’ 구매를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한국 제품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한국 화장품의 경우 EU나 미국의 제품보다 선호도가 떨어지지만 그 밖에 다른 국가 제품보다는 비교적 호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될 경우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겠다’고 하는 응답도 많았다. 이와 관련해 민 연구원은 “박리다매가 가능한 상품으로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높다는 점도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특징이다. 2019년 기준 러시아의 국경 간 전자상거래 이용자 수는 4970만 명으로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구입 패턴을 살펴보면 주로 중국이나 미국, EU에서 수입이 이뤄지는데, 그 중 중국이 전체 수입 건수의 92%를 차지한다. 다만 수입액 기준으로는 54%에 그쳐 러시아 소비자들이 중국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상품을, 미국이나 EU, 기타 지역에서는 비교적 고가의 제품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활용해 구매하는 품목으로는 의류·신발, 전자제품, 건강·미용 제품 등 소비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진출 시 주목해야 할 이슈는 = 이처럼 러시아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직 발전 초기단계로 ‘앞날이 창창’하지만 동시에 제도와 정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위험도 존재한다. 러시아에는 전자상거래에만 적용하는 법률이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민법, 민사소송법, 중재절차법, 기업 활동 및 전자결제에 관한 중앙은행 규제 등 일반 상업과 관련한 법이 전자상거래에도 적용되고 있다. 국경 간 전자상거래에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의 관세법이 기준이 된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최근 시장 자체와 시장참여자를 보호하고 전자상거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나섰다. 다만 2015년 9월 도입된 데이터현지화법은 개인정보 보안이 강화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제조업은 물론 물류·소매·금융 등 서비스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만성 적자를 탈피하고 현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다수 도입하기도 했으며, 국경 간 전자상거래 면세액도 여러 차례 조정했다. 2019년 11월 1인당 1000유로에서 500유로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건당 200유로로 제한한다. 대신 금액을 상회하는 경우 적용하는 세율은 30%에서 15%로 낮췄다.
최근에는 소비자보호법이 수정되며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기도 했으며, 2019년 9월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 전자상거래 발전전략안’은 채택을 기다리는 상태다. 또한, 코로나19를 겪으며 원격으로 의약품 소매판매가 가능해졌으나 오·남용 및 불법적인 이용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제기돼 해결책을 논의 중이며, 이에 따라 관련법이 의도한 효과를 온전히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 연구원은 “새로운 정책이 생기면 우리 기업 진출에 예상치 못한 제약을 만들 수도 있다”며 “진출하고자 하는 상품에 따라 관련 정책이나 시장 상황을 잘 살피고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독자적인 결제시스템 ‘미르’에도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서방의 대러 경제재제 이후 러시아의 개인과 기업이 결제하는 데 많은 제약을 느끼게 되자 2015년 자체적으로 구축한 결제 카드이자 시스템이다. 지난 2월 기준 약 7300만 개 카드가 발급됐다. 러시아뿐 아니라 타지키스탄, 터키,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CIS 국가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주변국에서 이용 가능하다. 삼성의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제공하는 ‘삼성페이’ 기능에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민 연구원은 “러시아 결제시스템 자체와 진출 기업의 협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이 우리나라 플랫폼 등에 미르 시스템이 연동될 수 있다면 좀 더 자연스럽게 러시아 소비자들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럴 경우 한국 기업의 러시아 시장 진출도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민 연구원은 “현재 시장분석 결과 화장품이 가장 유망한 품목으로 판단되고, 이밖에 자동차, 가전제품, 전자기기 부문도 전망이 밝다”면서 “진출 시에는 해당 품목의 시장참여자들이나 경제 구조를 먼저 파악하는 단계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또 “중국이나 일본 등 주변국의 진출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전략을 짜는 방법도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유정 기자 07yj28@kit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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