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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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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속옷으로 성공한 ‘억만장자’ 소녀 이야기 |
남성 속옷으로 성공한 ‘억만장자’ 소녀 이야기 인터넷 의류 쇼핑몰 창업기
세계 최대 의류 생산지답게 중국에서는 의류매장 창업에 나서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특히 여성이라면 어려서부터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의류매장을 갖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해 거대 자본이 뒷받침된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면 그야말로 한낱 꿈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꿈을 현실로 바꾼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남성속옷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링위후이(凌宇慧, 25세)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사업을 시작해 졸업과 함께 정식 창업한 뒤 이제는 1년에 200만 위안을 벌어들인 중국판 억대 소녀다. 링이 이끄는 사업체의 이름은 ‘내의제국’(內衣帝國)으로 내의로 거대 제국을 일으키겠다는 당찬 각오가 엿보인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사업가적 감각을 익혔다. 할아버지가 사업가 출신이며 아버지가 그 피를 이어받아 어린 링위후이에게 경제교육을 시켰다. 설거지를 하면 50전, 바닥청소는 1위안 하는 식으로 가능한 많은 집안일을 하게 하면서 그때마다 보상을 해주었다. 중학교 때는 아버지가 대만 사람과 의류공장을 했는데 어린 나이였지만 공장 일도 배웠다고 한다.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은 링은 2003년 명문 푸단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푸단대는 학생이 능력만 있으면 저학년 때 고학년 과목을 미리 들을 수 있는 학점 선이수제를 허용해 링은 1~2학년 때 3~4학년 과목을 거의 다 마쳤고 그러면서 가정교사 아르바이트도 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부모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스스로 생활비를 벌기 시작했다.
대학 2학년 때 외국어학원에 다닌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알게 된 외국어 선생과 옷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 이듬해 링은 의류업체의 마케팅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푸단대 학생들에게 체육복을 공급하는 일을 시작했다. 한번은 푸단대와 퉁지대의 베드민턴 경기가 있었는데 경기 당일 가서 보니 자신이 공급한 푸단대 팀의 유니폼을 상대팀도 똑 같이 입고 나왔다고 한다. 알고 보니 학원에서 만났던 선생이 퉁지대 유니폼을 조달했던 것.
두 사람은 안목과 취향이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푸단대 인근에 점포를 임대해 ‘로라패션’이라는 가게를 차렸다. 기업에서 인턴을 하는 학생들에게 정장을 대여하고 재학생에게는 캐주얼 의류를 팔았는데 의외로 장사가 잘 되면서 1년이 채 안 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대학 3학년 때 링은 또 다른 일에 도전했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왕(taobao.com)을 이용해 옷을 팔기 시작했다. 매주 상하이 진산지역의 의류 도매상가를 찾아 직접 골라온 옷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판 덕에 매달 5000위안을 벌 수 있었고 이즈음 본격적으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동업자인 선생이 개인사정으로 갑자기 곁을 떠나면서 가게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대학을 졸업한 링은 자금 부족으로 사업은 확장하지 못한 채 로라패션을 운영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6개월 쯤 지난 후 대학 선배로부터 희소식을 전해 들었다. 상하이시가 대학생 창업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지원조건은 대학 졸업 후 만 1년 미만일 것과 참신한 아이템이어서 그녀는 마치 자신을 위한 기회로 생각했다고 한다. 링은 이제 막 졸업한데다 대학시절 교내외에서 의류판매 경험이 있고 일부 브랜드 의류도 취급해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녀가 생각해낸 아이템은 내의였다. 내의는 일반 의류에 비해 재고압력이 크지 않고 무게가 가벼워 운송과 물류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정부의 창업 지원금이 많을 리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제한된 자금을 갖고 영향력 있는 유명 내 브랜드와 경쟁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결국 오프라인 판매는 안정적이지만 판매범위가 좁은 반면 온라인은 저비용으로 전국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에게 유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다음 단계는 온라인 마케팅과 내의판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가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내의를 구입할 때 입어보고 사는 경향이 있어 인터넷 온라인 판매가 어렵다. 반면 남성들은 내의를 입어보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가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게다가 당시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남성용 내의는 대부분 브랜드가 없어서 품질이 좋지 않았고 일반 상점에서는 품질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 발길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만약 품질 좋은 남성 내의를 인터넷에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는다면 얼마든지 수요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만든 ‘내의제국’의 사업계획서로 상하이 시로부터 10만 위안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링은 초기에는 전략적으로 자기 브랜드 사업을 하지 않았다.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기 브랜드를 출시해봐야 경쟁력이 없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대신 대리상 형태로 시작했는데 이미 몇 년 간 거래관계를 맺은 브랜드 업체로부터 몇 년 지난 재고 내의를 도매로 넘겨받아 인터넷에서 60% 이상 싼 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링위후이는 회사에 한 명의 남성직원도 두지 않았다. 대부분의 남성 소비자들은 내의에 대한 관심도가 여성에 비해 낮고 구매할 때에도 직접 매장에 가기보다 어머니나 부인, 여자 친구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성용 상품이지만 철저하게 여성의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다.
내의제국은 2007년 10월에 설립된 후 이듬해인 2008년 2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이제는 여성복, 운동복, 잠옷, 수영복은 물론 캐주얼 양복에 스타일링하는 티셔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다.
링위후이는 큰 사업가라기보다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녀의 사례가 관심을 끈 이유는 남성용 내의를 온라인 쇼핑에 접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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